
들어가며
새로운 AI 도구가 나왔다는 소식을 들으면 마음부터 바빠지던 때가 있었어요. 이미지가 더 잘 나온다더라, 글이 더 자연스럽다더라. 그 말에 계정을 만들고, 사용법을 익히고, 쓰던 걸 두고 또 옮겨 갔어요.
그렇게 도구는 계속 늘었는데, 어느 날 돌아보니 이상했어요. 정작 제 일은 그만큼 빨라지지 않았더라구요. 이미지는 여기서 만들고, 글은 저기서 쓰고, 번역은 또 다른 데서 돌리고. 창 사이를 오가는 데 힘을 다 쓰고 있었어요.
도구 하나하나는 생각보다 약하더라구요
도구 하나만 떼어놓고 보면 다들 훌륭해요. 그런데 일은 도구 하나로 끝나지 않아요. 글을 쓰고, 그림을 만들고, 다듬고, 올리고. 이 흐름이 도구마다 뚝뚝 끊기면 옮겨 담는 사이에 시간이 새요.
갈아탈 때마다 치르는 값도 있어요. 새 사용법을 익히는 시간, 쓰던 곳에 두고 온 자료들, 다시 처음부터 잡아야 하는 감. 새 도구가 나올 때마다 그 값을 치르다 보니, 도구는 늘어나는데 저는 계속 제자리였어요.
자주 하는 일을 순서대로 이어뒀어요
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질문을 바꿨어요. "다음엔 어떤 도구를 써볼까"가 아니라 "내가 매주 반복하는 일이 뭐지"로요.
들여다보니까 반복하는 일은 늘 비슷한 순서로 흘러가더라구요. 그 순서를 한 줄로 이어뒀어요. 그랬더니 일을 단계마다 쪼개서 챙기는 대신, 한 번 시키고 결과만 받아보게 됐어요. 전에는 하나가 끝나야 다음 창을 열고, 결과를 옮겨 붙이고, 또 기다렸거든요. 그 사이사이로 새던 시간이 고스란히 돌아왔어요.
신기한 건, 도구 자체는 전과 똑같다는 거예요. 달라진 건 도구가 아니라 도구 사이를 잇는 순서였어요.

기록해두니까 기억이 자산이 되더라구요
하나 더 달라진 게 있어요. 지난 결정과 자료를 그때그때 적어두기 시작했어요. 왜 이렇게 하기로 했는지, 지난번엔 뭐가 잘 됐고 뭐가 아쉬웠는지요.
전에는 새 작업을 시작할 때마다 처음부터 다시 설명했어요. 같은 맥락을 매번 새로 깔아주느라 시작도 전에 지쳤거든요. 기록이 쌓이니까 그게 사라졌어요. 어제의 결정 위에서 오늘을 시작하게 되더라구요.
그리고 중요한 건 전부 제 파일과 메모에 정리해요. 도구 안에만 두면 도구를 떠날 때 같이 사라지는데, 제 파일에 있으면 도구가 바뀌어도 제 자산은 그대로거든요.
남의 도구는 베껴도, 나만의 운영 방식은 못 베껴요
따능스쿨에서 만나는 분들에게도 요즘 이 이야기를 자주 해요. 도구를 이것저것 써봤는데 일이 안 빨라진다면, 모자란 건 도구가 아니라 도구를 잇는 내 방식일 수 있다구요.
도구는 누구나 같은 걸 쓸 수 있어요. 내일 더 좋은 게 나오면 다 같이 옮겨 가구요. 그런데 내 일의 순서를 알고, 내 기록이 쌓여 있고, 무엇을 남길지 기준이 서 있는 운영 방식은 베낄 수가 없어요. 그게 진짜 경쟁력이더라구요. 작은 팀과 함께 일하면서 매일 더 절실하게 느끼는 부분이기도 하구요.
이런 분에게 도움이 됩니다
- AI 도구를 이것저것 써봤는데 정작 일은 안 빨라진 분
- 새 도구가 나올 때마다 갈아타느라 지친 분
- 자료가 도구마다 흩어져 있어서 매번 처음부터 시작하는 분
새 도구를 좇는 일은 끝이 없어요. 대신 자주 하는 일을 이어두고, 결정을 기록해두고, 중요한 건 내 파일에 남겨보셔요. 도구는 계속 바뀌어도, 그렇게 만든 내 시스템은 계속 내 편이 되어주거든요. 거창하게 시작하실 필요도 없어요. 이번 주에 두 번 이상 했던 일 하나만 골라서, 그 순서를 적어보는 것부터 해보셔도 충분해요.
P.S. 이 글을 쓰는 중에도 새 도구 소식을 하나 봤어요. 예전 같으면 바로 계정부터 만들었을 텐데, 이번엔 제 순서에 끼울 자리가 있는지부터 봤어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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